가을의 문턱에서,
고인을 향한 깊은 사랑과 존경이 가득했던
어느 가족의 장례를 돕고왔습니다.
부고장도 보내지 않고
부의금도 받지 않아 조금 달랐던 분위기에
배울점이 참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른 새벽 어머님의 소천 소식을 접하고
사전상담때 유가족께서 희망하신
강동경희장례식장으로 신속하게 출동했습니다.
도착해서 빠르게 절차를 이어갔습니다.
당초 이른 시간에 어머님을 모시기로 했으나,
유가족분들과 논의를 거쳐 일정을 조정했습니다.
안치 후 가족분들과 장례 상담을 하고 상복으로 환복을 도와드렸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유가족분들의 특별한 뜻을 전해 들었습니다.
가족분들께서는 "은혜를 갚기 어렵다" 하시며,
번잡한 조문 없이 오직 가족들만의 추모에 집중하자고 하셨습니다.
지인들에게 부고장을 발송하지 않으셨고, 부의금도 일절 받지 않기로 결정하셨지요.

어머님의 뜻을 이어 경건하고 조용하게 고인을 모시고자 하는 가족분들의
깊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족분들의 뜻에 따라 입관식은 오직 직계 가족분들만 참석하신 가운데 진행되었습니다.
고요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가족분들은 어머님 곁에 모여
기도로써 마지막 인사를 올리셨습니다.
이 세상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순간 화려한 격식 보다는 진심이 담긴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발인 날,
가족분들의 효심이 더욱 빛나는 날이었습니다.
운구는 외부 인력의 도움 없이 손주분들이 직접 맡아주셨습니다.
장례지도사로서 이 일을 해오면서 이렇게 손주들이 줄지어 서로 할머님을 모시겠다는 가족의 모습은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발인 후 화장장에서 수골을 받은 뒤,
유가족분들과 함께 선영에 어머님을 안장해 드렸습니다.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고 장례식장으로 복귀하며 3일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부의금이나 조문객의 북적임 없이,
오직 가족들의 사랑과 정성으로만 치러진 이번 장례는 저에게도 많은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고인과의 이별을 진정으로 추모하는 방식은 가족의 뜻과 마음에 따라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완성될 수 있음을 확인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